쿠팡 물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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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의 멤버십 가격 인상, 그 배경과 의미

쿠팡은 지난 12일 와우 멤버십 월 이용료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21년 12월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단행된 것으로, 신규 회원에게는 13일부터, 기존 회원에게는 8월부터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쿠팡은 이번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무료 배송, 새벽 배송, 로켓 직구, 쿠팡 플레이, 쿠팡 이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따른 비용 증가를 들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약 1,400만 명에 달하는 와우 멤버십 회원들이 누리는 연간 평균 할인 혜택이 약 100만 원에 이른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쿠팡의 결정은 단순히 운영 비용 증가에 따른 가격 조정 차원을 넘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출혈 경쟁으로 치달았던 이커머스 업계가 이제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공룡’들의 멤버십 경쟁, 소비자 선택에 변화 줄까?

쿠팡 와우 멤버십은 지난 2019년 월 2,900원의 가격으로 출시된 이후 빠르게 성장해왔다. 업계 1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바탕으로, 타사 대비 저렴한 멤버십 가격과 다양한 혜택으로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과 신세계, 롯데 등 대형 유통사들이 앞다퉈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경쟁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과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자사 플랫폼 내 다양한 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을 내세우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월 이용료 면에서도 쿠팡의 인상 전 가격 수준인 4,000~5,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마켓컬리, SSG닷컴 등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조용한 강자’로 떠오른 마켓컬리의 컬리 퍼플 멤버십은 월 5,000원의 가격에 무료 배송은 물론 3~7%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치열해지는 멤버십 경쟁 속에서 쿠팡의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존 와우 멤버십 회원들의 이탈이 어느 정도일지, 그리고 경쟁사로의 이동이 본격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 값 받기위한 대형 플랫폼들의 전략 변화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멤버십 강화 전략은 궁극적으로 시장 지배력 강화와 수익성 제고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낮은 가격과 공격적인 마케팅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수익 모델을 개선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쿠팡은 올해 들어 쿠팡 이츠 서비스에서도 기본 배달비를 인상하는 등 점진적인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전형적인 ‘낮은 가격 → 독점화 → 가격 인상’의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치열한 경쟁 구도를 감안할 때, 단순히 가격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품질 개선과 차별화된 서비스 발굴, 제휴 확대 등을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간 전면전 속 소비자 후생 변화에 관심 집중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 이후 업계의 도미노 인상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선도 업체의 가격 인상이 업계 전반의 가격 디스커버리 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불어닥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속에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성급한 인상 시도는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경쟁사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멤버십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플랫폼 혜택에 대한 소비자 후생 변화에도 이목이 쏠린다. 인상 폭을 상쇄할 만한 서비스 개선이 이뤄진다면 소비자 효용이 증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실상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결정이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장성 중심의 전략에서 수익성을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한 전방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인 가격, 차별화된 서비스, 품질 관리 등에서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한층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쿠팡의 멤버십 운영 전략과 시장 대응 방식이 국내 전자상거래 생태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 후생 증진과 건전한 시장 발전을 위한 이해 당사자들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변화, 소비자 중심성이 핵심 열쇠

지금까지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을 계기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변화 양상을 짚어봤다. 업계 선두 주자의 파격적인 가격 인상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성장 일변도의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질적 성숙을 모색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간 멤버십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만큼, 각 플랫폼들은 차별화된 가치 제안과 서비스 고도화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소비자 중심성의 관점이다. 가격, 품질,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소비자의 편익을 극대화하려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는 비단 쿠팡 뿐 아니라 모든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던져진 시대적 화두라 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과 건전한 산업 발전을 위한 이정표는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와 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상생과 협력, 동반 성장의 가치를 담보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쿠팡의 행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던지는 함의를 되새기며, 후발 주자들의 현명한 선택과 혁신을 기대해 본다.